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
사람을 살해한 로봇들이 화성을 탈출해 방사능 낙진으로 황폐화된 지구로 숨어들었다. 현상금 사냥꾼이라는 인간 형사는 이들을 추적해 퇴역시키며 받는 돈을 모아 가짜 기계 양이 아닌, 사회적 삶의 척도를 나타내는 진짜 양을 사고 싶어한다.
안드로이드와 사람의 구분이 거의 불가해진 배경 속에서 우리가 안드로이드를 대한다면 생명으로 인식할까? 기계로 인식할까? 어렴풋이 기억나는 침팬지를 대상으로 한 실험 하나가 떠올랐다. 철제 모형 침팬지에서는 모유가 나오지만, 침팬지 모양 인형은 모유가 나오지 않는 부드러운 재질의 모형일 때 아기 침팬지는 어떻게 행동하는지 관찰한 실험이였다. 어린 침팬지는 배고플 때만 철재 인형으로가고 나머지 시간은 다른 인형과 시간을 보냈다.
이로써 알 수 있는 사실은 극한으로 발전하지 않은 인공지능 로봇이라도 사람과 유사한 형태를 띈다면 인간 대우를 받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그렇게 될 것이다. 좀 웃기기도 하다. 사람도 생명도 아닌 대상을 똑같이 존중해줘야 한다니… 로즌 사가 레이철이라는 로봇을 사용해 현상금 사냥꾼들에게 몸 로비를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아무리 혐오하고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고 차별 대우를 받는 안드로이드라도 영원하진 않더라도 사람 마음 속에 동질감을 불어 일으키기 충분하다.
작가가 묘사한 안드로이드와 인간의 가장 큰 차이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믿음의 유무와 공감이였는데, 뇌가 인식하는 방법과 유사하게 만들어진 안드로이드는 이것조차 사람과 같은 모습을 취할 것이다. 그 때가 되면 정말 사람은 안드로이드고 안드로이드는 사람이 될지도 모른다. 신체 일부도 기계로 대체하고 유전자 레벨에서 부터 프로그래밍한 인간과 그 자체인 안드로이드,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거나 택할 수 없는 사회적 약자까지…
아무래도 부자들은 더 좋은 성능의 형태를 갖추겠고, 안드로이드는 그보단 낮은 성능이나 자연의 인간보다는 뛰어난 그리고 기계보다도 못한 인간까지. 가끔은 너무 똑똑한 것도 좋은 것만은 아닌 거 같다. 똑똑한 사람들이 만든 인공지능이 더 복잡한 문제를 만들고 사회 적응을 위한 지능의 하한선을 높여놓으니 말이다. 살아갈 수록 더 치열한 세상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