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 아렌트의 정치 강의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는 일이 반복되면 어떻게 될까? 하루하루 살아가기도 바쁘고 힘든 날들이 지속되면 결국 나 자신의 존재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가능성은 점차 줄어든다. 생각이 없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리더쉽을 아무 저항없이 받아들이게 된다. 카리스마 넘치는 독단적인 통치자에게 홀리게 되는 것이다.
산업화가 시작되며 농사를 짓고 지역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살아오던 이들이 도시로 오게 되며 마주하는 사람들은 많아졌지만, 공통의 분모가 없는 이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다 보니 붐비지만 외로운 공간에서 원자화된 교체 가능한 톱니바퀴의 삶을 살게 되었다. 잉여 인간들의 힘을 한 곳으로 모아 뜻을 일치시키고, 모두 같은 생각을 하게끔 만들고 항상 행동하게 만들기 위한 방법이 전체주의다.
악의 평범성이란 개념은 남들과 별 다를 것 없는 사람들도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판단하지 않고 그저 시키기 때문에 아무런 저항없이 수행하다보면 어느 샌가 아돌프 아이히만과 같은 끔찍한 전범이 될 수 있다는 걸 설명한다. 현대 사회는 서로 다른 부류와의 갈등이 넘쳐나고 그 중에서 특히 인간보다 뛰어난 인공지능 로봇의 등장을 통해 우리는 다시 전체주의 형태를 띈 사회가 다시 발현될지도 모른다.
나치즘에 빠져 사실 확인도 없이 유대인은 열등한 민족이고 독일인은 우월한 민족임을 믿었듯이 지금 보면 말도 안되는 주장을 의심없이 받아들이고 행동할지 모른다. 어떻게 보면 현대 사회의 사이비 종교도 작은 전체주의의 발현이고, 어떤 이를 의심없이 떠받드는 행동은 이와 같은 맥락이다.
한나 아렌트의 주장을 읽으며 생각나는 철학자가 있었다. 우리는 강인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휘둘리지 않고 제 갈 길을 걸어갈 수 있다. 가끔 힘이 빠지면 혹은 목표가 없으면 시간이 지나가는대로 게임을 하거나 유튜브를 보거나 뒹굴뒹굴하거나 살아가지는대로 흘려보내곤 하는데… 내 옆의 누군가, 보지 못한 초월적 존재를 믿고 의지하고 싶은 땐 바로 그런 때였다. 한마디로 할 일을 끝내지 않고 놀면 마음이 편하지 않은 상태. 역시 사람은 문제를 회피하기보다는 직면해야하는 용기가 필요한가보다.